어떤 나무가 좋은 추모목일까요?
한 그루 나무가 되라고 한다면 나는 산봉우리 낙랑장송 보다수많은 나무들이 합창하는 숲 속에 서고 싶습니다. 한 알의 물방울이 되라고 한다면나는 단연 바다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나지막한 동네에서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추모목으로 어떤 나무가 좋은 지 자주 묻습니다.국립기억의숲은 다양한 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소나무 65%, 잣나무 23%, 굴참나무 8%, 기타 산벚나무 등이 있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 두 명 중 한 명이 좋아할 만큼 인기가 있고잣나무는 곧게 자라는 특성이 있어굽었던 우리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굴참나무는 단단하고, 도토리를 만들어 숲을 풍성하게 하지요. 늘푸른나무는 활엽수보다 오래 살지요.봄에 잠깐 자라고 사시사철 단단해지기 때문일까요?기억의숲에는 굽이굽이 굽은 소나무, 가느다란 나무, 스스로 가지를 떨구어 미끈한 나무, 바위를 품은 나무, 길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많습니다. 가는 나무는 어린 나무로 오래 두고 볼 수 있고 대사가 활발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단축 시켜 줍니다.굵은 나무는 살아낸 시간 만큼의 무게가 느껴지고바위 옆의 나무는 운치가 남다릅니다. 생전 벚나무를 좋아하셨다며 벚나무 옆을 고르시는 분,외롭지 않게 길 옆이면 좋겠다는 분,물빠짐이 좋을 것 같다며 바위 있는 곳을,물소리 듣게 작은 개울 옆을 찾으시는 분,아래를 굽이 보고 싶다며 위쪽을 선택하는 분, 저마다의 빛깔로 나무를 선정하십니다. 수목장은 나무 아래 골분을 묻습니다. 안치된 분은 서서히 땅의 미생물들과 인사하기 시작하며숲과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숲 속 생물이 되고, 다른 생물들을 키워내는 귀한 전령사가 됩니다.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땅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무를 만나는 것입니다. 나무가 수십 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기억의숲은 더 없이 양명한 땅입니다.소나무와 잣나무는 특히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라 밝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고 오십시오.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