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일상이 되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하루 살아내기도 바빠서 내게 다가올 수도 있는 일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다가오는 것들' 영화가 생각났다.
무자비하게 다가오고 떠나가는 것들....
여주인공 이자벨 위페르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내 인생이 서러워서...
엄마를 보내는 일, 남편을 보내는 일,
그리고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차리는 건 아직도 버겁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온전히 사랑은 못했지만 가끔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을 보냈다.
숲으로 모시던 날, 쨍쨍한 오월의 햇살이
왠지 환했다.
살갑지 않았던 엄마와 딸. 그리고 참 안 맞았던 시간들.
오빠들과 늘 비교를 하시며 밀어 내셨던 엄마.
돌아가시고 나니 시원했던 죄책감.
왜 오월의 바람과 온기가 더 따스했는지....
기억의숲 직원들마저 따뜻했다.
명량한 젊은 직원의 미소도 편안했다.
숲이 주는 위안이 대단했다.
사실 당일 날에는 보이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숲이 보인다.
그리고 내 속으로 들어오는 많은 나무들과 숲의 공기가 보여진다.
엄마를 보내고 얼마 뒤 다시 보낸 남편...
너무 많이 아파서 애시당초 놓아준 남편, 15년만에 평안해 보였다.
충분히 함께 했고, 미련없이 보내줬다.
숲에 오면 말한다.
이리 있어도 관계는 편안하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억의숲에 간다.
어떤 날은 엄마 보러, 어떤 날은 남편 보러. 어떤 날은 둘 다 만나러...
아니 나를 만나러...
마음을 아프게 한 엄마, 몸을 힘들게 했던 남편.
모두 떠나 보내고 나니 드디어 '나'와 숲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매일 나무를 보게 되었다.
엄마와 남편은 요정이 되었다.
나를 숲으로 데려다 준...
지금이, 이 시간이 참 좋다.
저 아래의 아픔까지 어루만져 지는 듯한 시간...
2023.06
임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