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먼저 올지, 죽음이 먼저 올지' 티벳의 죽음 이야기 1
'내일이 먼저 올지, 죽음이 먼저 올지 알지 못한다'라는 티벳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티벳 사람들은 오늘을, 겸손하게, 충실히 살아갑니다. 티벳은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산맥과 맞닿아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고 큰 고원으로 티벳 장족이아주 작은 소수 민족들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티벳에는 묘지가 없습니다. 봉안당도, 봉분도 비석도 없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딜 가도 비슷한 옷.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도 없습니다. 이 독특한 나라가 궁금해 방문했습니다. 티베트 사람들에게 인간의 몸은 마지막까지 '나'가 아닙니다. 다른 생명을 먹고 살아온 내가 '나'이기만 한 건 아니지요.삶이 끝나는 순간 다시 자연으로 나눠야 할 '보시'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천장(天葬)을 선택합니다. 독수리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그 몸은 하늘과 땅, 그리고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됩니다. 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순환이며, 소유의 마지막을 실천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10% 내외 물에다 하는 수장, 토장(매장), 화장 등을 합니다. 아이, 무연고, 결혼하지 않은 자 등은 수장의 대상이며, 살인자나 악한 사람은 신성한 물을 오염시키므로 토장,즉 흙 속에 매장해 나쁜 기운을 없앱니다. 명망있는 스님들은 화장을 합니다. 티벳인들은 물을 신성히 여겨 물고기 등 물에서는 나는 것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는 죽은 뒤에도 기억되고 싶어해 봉분이다, 비석을 세우지만그들은 바람을, 산을, 물을, 하늘을 부릅니다. 그리고 조용히 자연 속으로 스며듭니다.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외형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티벳의 거리는 쓰레기도 없습니다. 사원에서의 향과 초는 공장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라향나무, 허브 등 자연물이며, 초도 야크 젓으로 만든 수유입니다.그들은 필요한 만큼 자연에서 귀하게 얻고, 오래 사용합니다. 우리는 넘쳐 나는 소비 속에서 삽니다.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옷을 사고 쓸 수 있는 물건을 새것으로 교체합니다. 고쳐쓰는 법을 잊었습니다.물건이 늘어나지만 마음은 더 공허합니다. 버려지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지요. 시간도, 관계도, 사람도 쉽게 버릴 수 있음을 돈 써가며 익히게 됩니다. 티벳 사람들은 속도가 느립니다. 차 한 잔을 나누는 시간이 하루의 중심이 되고, 함께 걷는 길이 목적이 됩니다.누구를 만나도 급히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침묵마저 대화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그들의 하루는 효율보다 존재에 가깝습니다. 테벳 사람들에게 귀한 것은 공덕입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 길을 양보하는 일, 순례자를 위해 차를 내어주는 일, 작은 생명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일.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삶을 완성하고 다음 생, 환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들의 얼굴에는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 대신 평온이 가득합니다. 오랜 불교 문화와 공동체 속에서 비움과 공존, 순환을 삶의 가치로 살아내는 티벳인의 일상이 경이롭습니다. 티벳에는 '가짜'가 많지 않습니다. 자신을 꾸미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적습니다. 아는 척, 잘하는 척, 남을 누르고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서로의 삶을 갉아먹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살아갑니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웁니다, 감사한 날에는 절을 올립니다. 감정을 감추고 어색한 표정보다진실한 삶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아도 품위가 있고, 가진 것이 적어도 넉넉해 보입니다. 진실한 삶은 언제나 단순하고 풍요롭습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은 결국 삶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죽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삶에서 비움을 실천합니다. 가지려는 자는 오늘이 불안합니다. 티벳에는 묘지와 비석이 없지만 그들의 숱한 이야기는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꽃은 없지만 삶의 향기는 오래 머뭅니다. 그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곧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임을 압니다. 숱한 이별이 당도하는 국립기억의숲입니다.숲에 당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명패의 글귀도 아니고남겨진 자에게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남은 가족들이 다시 전하는 그분들의 이야기는 함께 웃었던 시간, 베풀었던 마음, 정직하게 살아낸 하루하루였습니다. 티벳의 바람은 아무것도 붙잡지 않았습니다. 흘러가고, 돌아오고, 다시 생명을 품습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나라티벳이 답합니다. '죽음은 마지막 이별이 아니라 자연에 건네는 가장 겸손한 인사'라고요.
2026.07.21